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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추천

왠만하면 내 나이보다 오래 되었다. 포스가 느껴지는 노포 술집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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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반짝이는 조명과 트렌디한 인테리어보다, 오래된 간판 하나에 마음이 끌릴 때가 있다. 세월의 흔적이 스며든 벽과 찰랑이는 소주의 기포, 그리고 익숙한 듯 낯선 메뉴들. 그런 감성을 품은 서울의 두 노포 술집, 필동분식과 포장마차 숲. 이곳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닌, 시간을 마시는 곳이다.

필동의 골목 깊숙한 곳, "여기 아직도 있어?" 싶은 곳에 자리 잡은 필동분식은 이름만으로는 분식집 같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는 안주 하나하나에 담겨 있다. 반면, 노원의 포장마차 숲은 이름처럼 나무처럼 우직하고 따뜻한 공간이다. 철판 위에 지글거리는 해산물 냄새, 술잔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웃음. 거기엔 도시의 피로를 덜어주는 작지만 진한 위로가 있다.

이 두 곳을 다녀온 하루는, 마치 오래된 필름 사진처럼 마음 한 구석을 은은하게 채워준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맛으로 시간을 기억한다.

 


 

필동분식

음식이 아니라, 추억을 파는 집

 

필동 골목을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198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조용히 불빛을 흘리는 필동분식. 간판은 오래됐고, 의자는 삐걱거리지만 그 모든 게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온 건, 따뜻한 물 한 잔과 함께 묵직한 메뉴판. 국물 떡볶이나 김밥 같은 분식은 없었다. 대신, 바삭하게 튀긴 껍질 안에 부드러운 육즙이 고여 있는 ‘껍데기구이’와 매콤달콤한 양념이 감칠맛 도는 ‘오돌뼈’가 진짜 주인공이었다.

이 집은 안주 하나하나가 술을 부른다. 소주잔을 기울이면, 주방에서 들려오는 기름 튀는 소리와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한데 섞여 작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낡은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김건모 노래 한 곡에, 잊고 있던 학창 시절의 기억이 불쑥 떠오르기도 했다.

이곳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다. 고단했던 하루를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조용히 어깨를 두드려주는 그런 공간이다. 고요하게, 그리고 진하게 마음에 남는다.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14

18시~23시 영업

매주 일요일 휴무

02-2272-1838

 

 

 

 

 

 


 

포장마차 숲

도심 속에서 술이 익어가는 공간

 

 

노원의 밤거리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포장마차 숲.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입구엔 조명 대신 종이등이 달려 있었고, 내부는 마치 작은 캠핑장 같았다. 진짜 숲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따뜻했다.

철판 위에 올려진 ‘버터구이 새우’는 소금 살짝에 버터 향이 더해져, 첫입부터 미소가 번졌다. 바삭한 오징어튀김, 고소한 계란말이, 그리고 마늘 듬뿍 들어간 제육볶음까지. 하나같이 손맛이 진하고 술맛을 당겼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사장님의 한 마디 한 마디였다. “오늘도 힘들었죠?”라는 말에 술잔이 무겁게 내려앉고, “천천히 즐기세요”라는 말에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술은 안주가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고 했던가. 이곳은 음식도 좋지만, 그 따뜻한 분위기가 진짜 안주였다. 도시 한복판에서, 마치 숲속 같은 고요함과 온기를 느끼고 싶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로1길14-11

18시~02시 영업

휴무 없음

0507-1308-0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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