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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추천

여름 준비는 지금부터 – 입맛과 감성을 깨우는 서울의 빙수 맛집 두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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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낮의 기온이 제법 높아졌죠. 따사로운 햇살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벌써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집니다. 계절은 바뀌는 게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라는 말처럼, 이맘때쯤부터 우리는 천천히 여름을 준비하게 됩니다. 옷장에서 얇은 셔츠를 꺼내고, 선풍기를 닦아 올리며, 무엇보다 입맛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하죠.

햇살이 짙어지는 계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시원한 디저트와 감각적인 공간을 찾게 됩니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싶은 요즘, 단순한 ‘맛’ 이상을 느끼게 해주는 장소들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한 입의 여유와 한 컷의 감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곳. 그런 여름의 시작점 같은 공간들이 서울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 곳은 그런 의미에서 ‘지금’ 딱 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종로의 한적한 골목 끝, 오랜 주택을 개조한 빙수 전문점 부빙, 그리고 마포 연남동의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이색 식당 연남살롱. 두 곳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기에 딱 좋은 맛과 분위기를 품고 있는 공간입니다.

먼저 부빙은 이름부터 귀엽고, 외관부터 포근한 감성을 풍기지만, 그 안에 담긴 빙수는 놀랄 만큼 진지합니다. 제철 과일을 아낌없이 올리고, 직접 만든 수제 시럽과 정성 어린 팥이 더해진 빙수 한 그릇은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 작은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매년 여름마다 ‘빙수 맛집’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곳은, 일찌감치 여름을 맛보러 온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연남살롱은 레트로와 컨셉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오래된 주택을 그대로 살려 ‘그 시절 감성’을 가득 담은 이곳은, 공간 자체가 추억이 되는 식당입니다. 메뉴 하나하나에도 철학이 담겨 있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공간에서 즐기는 한 끼는 마치 짧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은 빠르게 변하고, 계절도 숨가쁘게 바뀌지만, 이런 공간들을 찾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여름을 준비하는 데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좋지만,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계절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들이 더 오래 남으니까요.

지금, 당신이 여름을 조금 일찍 맞이하고 싶다면. 혹은 아직도 봄과 여름 사이 어디쯤에서 마음이 붕 떠 있다면. 이 두 곳에서 작고 시원한 여름을 먼저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부빙과 연남살롱을 하나씩 들여다보겠습니다.

 


종로 – ‘부빙’, 여름을 먼저 맞이하는 달콤한 의식

익선동에서 조금 벗어나 조용한 길을 걷다 보면, 서울의 오래된 주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한적한 골목이 펼쳐집니다. 그 끝자락, 푸른 식물이 마당을 감싸고 있는 작은 한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오래전 친구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이 들던 그곳. 바로 ‘부빙’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닥을 밟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고요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따뜻한 나무 내음, 햇살이 들이치는 창가 자리, 그리고 벽에 걸린 손글씨 메뉴판. 이곳은 분명 ‘빙수집’이지만, 그냥 디저트를 파는 곳 이상입니다. 여기는 계절을 맛보는 곳이에요.

제가 주문한 건 부빙의 시그니처, ‘딸기빙수’였습니다. 사르르 녹는 우유 얼음 위에 올려진 신선한 딸기와 직접 만든 딸기 시럽, 그리고 정성스레 졸인 단팥까지. 달콤함과 상큼함, 고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그 조합은, 마치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어느 날의 감정 같았어요.

숟가락을 뜰 때마다 소복하게 떠지는 얼음은 무겁지 않고, 입안에서 금세 사라져버립니다. 한입, 또 한입. 그렇게 조용히 여름을 음미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빙수 하나 먹으러 종로까지 가?”라고 묻곤 합니다. 하지만 부빙은 단순한 빙수집이 아니라,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마주 앉은 사람과 나지막한 대화를 나누거나, 창밖의 나뭇잎 흔들리는 걸 바라보며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런 곳.

여름이 오기 전에 들르는 내 작은 의식처럼, 앞으로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6

매주 월 화 정기 휴무

13시~19시30분[19시 라스트오더]

02-394-8288

https://www.instagram.com/ice_boobing/

https://app.catchtable.co.kr/ct/shop/boobing?from=share&type=WAITING

 

부빙

사계절 맛있는 빙수집, 수요미식회 선정 빙수맛집

app.catchtable.co.kr

 

 


마포 – ‘연남살롱’, 시간을 천천히 씹어 먹는 식당

연남동 골목은 언제나 걷는 재미가 있어요. 익숙한 카페들 사이로 문득 나타나는 오래된 간판, 벽돌 건물 사이로 흐르는 느린 공기. 그중에서도 '연남살롱'은 유난히 시간을 거슬러 도착한 듯한 공간입니다. 입구부터 옛날 전축과 소품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낡았지만 고스란히 간직된 테이블과 의자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요.

낮에는 햇살이, 저녁에는 조명이 분위기를 완성하는 이곳은 그 어떤 시간대에도 자신만의 무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용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몇몇 손님들은 책을 읽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이곳의 공기는 분명히 다릅니다.

연남살롱의 메뉴는 딱 필요한 만큼, 하지만 모두 독특합니다. 그날 제가 고른 건 ‘홍콩식 돼지고기 덮밥’이었어요. 자극적이지 않은 단짠 양념에 잘 구워진 돼지고기, 노른자가 살아 있는 반숙 계란, 부드러운 밥. 전혀 특별하지 않은 조합 같지만, 입안에서 모든 재료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그 순간, 이곳이 왜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알 것 같았죠.

식사 후엔 연남살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 직접 내린 콜드브루를 주문했습니다. 투박한 잔에 담겨 나온 진한 커피는 식사로 무거워진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줬고, 창밖으로 스쳐가는 사람들과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한 모금씩 마셨습니다.

이곳은 '먹는 공간' 그 이상입니다. 오히려 ‘머무는 공간’에 가깝다고 할까요. 연남살롱에선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틈을 채우는 느낌이 들어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아주 잠깐, 멈춤 버튼을 누르고 싶은 날 찾아오기에 딱입니다.

누군가에게 연남살롱을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아마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냥 가봐. 사진보다 분위기가 더 맛있는 곳이야."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22-1

매주 월 화 휴무

14시~21시[20시30분 라스트 오더]

02-332-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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