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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이야기

[아이감정] 동생이 생긴 첫째 아이와 어떻게 지내야할까?

by 올라헤이엄마_sj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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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첫째 아이는 60개월, 만 5살이 지났다.

둘째 아이는 31개월, 만 3살을 향해 가고 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처음 1년간은 너무 힘들었다.

계획적인 성격인 내가 아이를 낳고 계획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신생아는 보통 2-3시간마다 한번씩 낮잠을 잔다고 해서 아이가 자면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해 놨는데

3시간이 지나도 잠을 안 자면 그때부터 짜증이 밀려왔다.

이렇게 육아를 책으로 공부하고 그대로 안돼서 힘들어하는 것을 반복하며 1년이 지났고,

1년이 지나서야 아이는 각자의 속도가 있고, 내 스케줄에 맞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외향적이던 내가 아이가 돌 전에는 외출이 쉽지 않다가

돌이 지나서 걷기 시작하면서 함께 외출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육아가 한결 쉬워졌다.

 

그렇게 육아가 수월해질 즈음 나의 가족계획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서기로 했다.

둘째를 갖자!

 

그렇게 둘째를 임신하고 그때부터 나의 걱정은 시작되었다.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던데 어떻게 하면 그 충격을 덜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태어나기 전에 고민은 괜히 엄마의 마음만 불안하게 한다는 걸 둘째를 낳고 깨달았다.

 

둘째의 예정일은 2020년 6월이었다.

그래서 2020년 3월부터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었다.

사실 어린이집은 적어도 만 3세가 지나고 보내고 싶었는데, 한창 바깥활동 좋아하고 노는 재미를 알아가는 아이를

갓난 아이랑 같이 돌보면서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힘들게 마음먹었건만, 2020년 1월... 코로나가 시작됐다.

3월에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고 나는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신랑이 육아휴직을 내고 함께 5달을 보냈다.

 

둘째가 태어나고 조리원에 가지 않고 2박 3일 후에 퇴원했다.

퇴원하는 길에 그때 한창 첫째가 좋아하던 비행기 장난감을 사서 집으로 갔다.

책에서 많이 봤던 그것, "이거 동생이 오빠 주는 선물이래~"를 하기 위해서이다.

 

집에 도착하니 첫째는 며칠 집을 비운 엄마가 그립기도 했고, 야속하기도 했나 보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이거 헤이가 오빠한테 주는 선물이래~ 반가워 오빠~" 하고 비행기를 줬더니

금세 신나 가지고 누워있는 아기에게 다가가서 "고마워! 선물 고마워!!"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부터 나와 신랑, 첫째까지 함께 한 육아가 시작되었다.

 

신랑과 내가 합의한 우리의 규칙.

1. 첫째가 깨어있는 동안은 무조건 첫째 위주.

2. 첫째가 아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도울 수 있게 응원.

 

딱 이렇게 두 가지였다.

 

둘째는 아직 엄마품을 알아차리기 전이라 배고프면 누구든 먹여주면 됐고, 졸리면 누구든 재워주며 됐었다.

그래서 나는 첫째가 깨어있는 동안은 첫째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다.

이 시기에 아이와 집에서 이것저것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가루놀이, 반죽놀이, 미술놀이, 그리고 출산한 지 2달 만에 바다수영까지!

첫째 아이와 정말 원 없이 놀았던 시기이고 나에게도 너무 행복한 기억이다.

 

두 번째, 첫째 아이가 아기를 돕고 싶어 할 때 적극적으로 응원해 줬다.

둘째는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집으로 와서 제대탈락이 되지 않은 채로 며칠 보냈다.

6월이라 점점 더워지기 시작해서 아기를 매일 씻겼고, 그때마다 소독하고 말리고 약을 발라줬다.

어느 날, 첫째 아이가 배꼽 소독에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부탁해 봤다.

"아기 배꼽 소독하게 면봉이랑 소독약 가져다줄 수 있어?" 했더니 잔뜩 신난 얼굴을 하고는 달려가서 가지고 왔다.

그 후로 아기가 목욕하고 있으면 침대에 면봉, 소독약, 손수건, 기저귀를 가지런히 준비해 주는 것은 항상 첫째 아이였다.

 

첫째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 둘째는 처음부터 분유수유를 했다.

그래서 항상 젖병을 삶아야 했는데 설거지와 칼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첫째 아이가 젖병을 닦아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했다.

그 후로 항상 아침마다 첫째 아이는 나와 밤새 쌓인 젖병을 설거지했다. 

분유도 첫째 아이가 먹일 때가 많았다.

기저귀는 항상 첫째 아이의 몫이었다. 둘째가 응가라도 싸면 난리가 났다. "엄마 지안이 똥 쌌어~(쌌어라는 발음이 안돼서) 지안이 똥~"

그렇게 첫째 아이는 둘째가 자기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기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지나고 보니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만약에 어린이집에 갔다면 처음 하는 사회생활이라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아기는 엄마와 집에 있고 자기만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아기가 미워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첫째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이나 다름없는데 친해질 시간을 갖지 못하니 계속 어색한 존재로 남을 수도 있을 뻔했다.

 

올해 6살이 된 지금도 첫째 아이는 둘째를 많이 예뻐하고, 이번에 둘째가 어린이집에 입학하게 되는데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같이 어린이집에 가고 바깥놀이할 때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있다.

 

우리도 처음 만난 사람, 처음 해보는 일은 다 낯설지 않은가.

아이들은 더 그럴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제일 의지하고 믿는 엄마가 데리고 온 낯선 사람. 그리고 그 아이를 지극히 보살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낯선 환경인 어린이집까지 적응하는 데는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둘을 동시에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동갑내기 친구가 아닌 갓난아기와 한창 호기심 폭발하는 아이를 함께 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다면 그 나머지 시간에는 첫째에게 집중하고,

첫째에게도 동생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그 둘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것이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부터 너무 걱정하고 겁먹지 말고,

엄마는 체력만 준비해서 기다리면 아이들은 잘해나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항상 잘 자라주는 우리 아이들은 믿고,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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