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생각보다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인다]
우리 첫째 아이는 2021년 12월, 만 4세를 한 달 앞두고 크리스마스에 처음 레고를 선물 받았다.
너무 작은 블록이라 당연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레고를 사 줄 생각을 못해봤는데
선물 받은 레고를 너무 재밌게, 심지어 잘하더라!
6개의 각기 다른 모양을 만들 수 있었는데 난이도가 어렵지는 않았다.
한 15-20단계 정도면 완성되는 거였는데 한 개씩 차분히 보면서 해내더라.
그 작은 손으로, 설명서를 한 장씩 넘기면서 레고를 찾고 정확한 자리에 끼우는 걸 보고 정말 많이 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아이의 능력을 내 마음대로 판단한 것에 대해 미안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내가 먼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고민됐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6개의 모양을 만들었다가 분해했다가를 반복했다.
그 정도 되니 아이는 이제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만들 지경이 되었다.
레고를 계속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지루해 보였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
나랑 신랑은 알았다. 아이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아직 여러 가지를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혼자 상상해서 만들어보는 것은 힘들어했고, 다른 설명서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
새로운 레고를 사줘야 하나? 걱정하던 찰나에 신랑이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
유튜브에 검색해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레고로 다른 모양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서 다른 모양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사람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첫째 아이가 그때 F1 자동차경주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서 제일 처음 찾아준 새로운 모양이 경주용 자동차였다.
영상으로만 만들어진 거라 재생했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해야 하는데도 아이는 아주 즐거워했다.
그런데 어려워했던 한 가지, 바로 여러 가지 모양이 섞여있는 레고를 뒤져 모양을 찾아내는 거였다.
얼른 만들고 싶은데 잘 찾아지지도 않고 찾으면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게 되니 아이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왜 재미있게 하라고 준 걸로 저렇게 짜증을 내지?라고 같이 화를 내기 일쑤였다.
아이의 흥미를 끌어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아 아이도 나도 속상한 하루하루였다.
그때 우리 신랑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아이가 어떤 점을 힘들어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고, 힘든 점을 해결해 주면서도 첫째 아이가 직접 만들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이가 잠든 저녁에 영상을 보며 필요한 레고를 일일이 다 찾아서 영상에서 나오는 모습과 똑같이 배치해 두었다.
그랬더니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영상을 보며 아빠가 놓아둔 레고들을 신나게 조립했고
아이는 그때 레고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커졌던 것 같다.
신랑의 이런 관심이 없었다면 첫째가 아직까지 레고를 재밌게 즐기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이에게 다 떠먹여 주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방관하는 것도 아닌, 적절한 방법을 찾기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아이가 어떤 것을 힘들어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는 부모가 제일 잘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빠지고, 쉽게 멀어질 수 있다]
아이는 흥미로운 것에 쉽게 빠져든다. 당연한 것이다.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것들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에게 집중력 없이 이것저것 좋아한다고 타박을 하는 것은 아이의 호기심을 꺾는 일이다.
2021년 12월, 처음 레고를 접해본 첫째는 겨울 내내 집안에서 레고만 했다.
제주의 겨울은 바람이 어마무시해서 바깥 활동을 하기가 힘들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자전거!
돌 즈음부터 탔던 밸런스바이크를 너무 좋아하는 첫째는 야외활동이 가능한 때에는 정말 자전거만 탔다.
신랑이 밤마다 새로운 설명서를 찾고 레고를 다 찾아서 배치해 두는 수고는 여기까지였다.
사실 처음에는 새로운 레고까지 사주며 흥미를 끌어주려고 했는데 그러자마자 다른 걸로 갈아타다니? 하면서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나랑 신랑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지지만 해주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아이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신나게 탈 수 있게 주말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길을 찾아다녔고
아이는 9km의 거리를 아빠와 함께 라이딩하며 즐길 수 있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2023년 2월,
매주 아빠와 블럭방을 가며 신나게 레고테크닉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엄마와 신나게 한글용사 아이야 놀이를 하고,
스파이더맨이 되어 아이언맨이 된 동생과 신나게 역할놀이도 한다.
[아이는 좋았던 감정을 기억한다]
이전 글에도 썼었는데, 아이는 즐거웠던 행동들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기억한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 부모의 지지를 받으며 좋아하는 것을 한껏 즐겨봤을 때의 감정.
나는 그 감정들이 아이가 크면서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영양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기의 속도로 인생의 길을 즐기며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도 아이에게 기대하는 것이 생기고 그것을 못했을 때 아쉬움을 느끼며 아이를 다그치는 일도 분명 생길 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썼던 이 글을 보면서 나도 다시 마음을 다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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