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투정이 심한 아이들]
우리 아이들, 둘 다 잠투정이 있는 편이다.
아기 때부터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자리를 옮기면 바로 깨어나고, 새벽에도 잘 깨서 힘든 기억이 난다.
지금도 아이들은 자기 체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체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쓴 뒤,
짜증을 내고 울며 모든 일을 엄마 탓으로 돌린다.
처음에는 나도 그 우는 소리가 너무 힘들어서
"졸리면 자면되지 왜 우는 거야?"
"그러니까 아까 엄마가 낮잠 자라고 했지? 네가 낮잠을 안 자서 졸린 거야"
"너 자꾸 이렇게 울면 내일은 아무 데도 안 나가고 집에서 쉴 거야"
하면서 거의 협박하다시피 아이들에게 화를 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전에 내가 화를 내면 아이는 하루종일 있었던 일보다는 마지막 기억,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낸 기억을 안고 잠들 텐데
그것이 너무 미안했다.
어차피 화를 내도 바뀌지 않는 잠투정으로 아이의 하루를 통째로 망치고 싶지 않아서 방법을 바꿔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짜증 한번 안 내다가, 이부자리를 펼치면 그때부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최대한 빠르게 눕히는 일까지 끝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 사람이 아이를 씻기면 다른 한 사람이 잘 준비를 위한 집안 정리를 하고,
한 사람이 아이 치실을 하면 다른 한 사람은 양치를 시키고,
한 사람이 책을 읽어주면 다른 한 사람은 한 명씩 아이들을 불러 마지막 화장실을 가게 하고, 물을 주고.
아이들이 짜증 낼 틈이 없도록 최대한 빠르게 일처리를 했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짜증을 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잠투정이다, 졸려서 그런 거다. 졸려서 그런 애에게 짜증내서 무엇하리, 빨리 재워버리자"라고
되뇌며 더 부지런히 움직였다.
유난히 많이 피곤한 날은 눕자마자 "엄마~ 잠이 안 와,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 하면서 울기 일쑤였는데
그럴 때마다 화를 꾹 참으며 달래주었고 아이는 3분도 안돼서 잠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의 잠투정을 "그래, 지금 네가 졸려서 그러는 거야, 얼른 자자~" 하면서 받아준다면
아이는 잠투정을 합리화시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더 나아가서 잠투정이 아닌 다른 일도 이런 핑계를 만들면서 합리화를 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잠투정이 있는 아이, 받아줘야 할까 훈육을 해야 할까?
[잠투정을 하는 아이에겐 훈육보다는 예의를 가르쳐주자]
잠투정은 아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훈육 :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서 기름]
아이의 잠투정이 아이가 품성이 나쁘거나 도덕을 몰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잠투정을 하는 아이에게는 훈육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훈육보다는 공감, 그리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가 씻고 나와서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와 짜증을 내며 해야 할 일들(예를 들어 장난감 정리나 양치질)을 안 하고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며 "나 양치하기 싫어! 장난감 정리하는 것도 싫어!"라고 했다고 하자.
그럴 때 "네가 가지고 논 거니까 치워야지! 안치우면 장난감 가지고 놀 수도 없어. 그리고 양치질 안 하면 이제 간식도 안 줄 거고, 그러다 너 이가 다 썩으면 치과 가서 아주 고통스럽게 치료할 거야"라고 협박하듯이 혼내면서 행동을 교정하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잠에 취한 아이에게 저런 말은 아이를 더 감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아이는 지금 너무 졸리다. 그래서 그렇다는 건 인정해 주지만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임을 알려주면 된다.
"네가 지금 많이 졸린 거 엄마도 알아. 그래서 장난감 정리하는 것도 힘들고 양치하는 것도 힘들지? 그러면 엄마가 도와줄게.
둘이서 힘을 합쳐서 얼른 치우고 양치해 보자.
그런데 네가 엄마한테 소리를 질러서 엄마가 기분이 안좋아. 너가 기분이 안 좋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건 절대 안 돼!"
라고 말해주면 된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일 때 많은 엄마들이 걱정할 것이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도 저런 행동을 하면 어떡하지? 내가 지금 제대로 훈육을 해서 바로 잡아줘야지!라는 생각.
물론 나도 그랬다.
지금도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투정을 부리거나 동생한테 미운 말을 할 때, 살짝 그런 마음이 또 올라오지만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아이는 지금 자라는 중이다. 앞으로도 아이의 생각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무조건적인 훈육보다는 훈육이 필요한 상황인지, 감정을 공감해줘야 하는 상황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아이를 대하려 한다.
어른들도 참기 힘든 잠, 그리고 피곤함을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아이들을 다그쳤던 것을 많이 반성한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아이의 감정을 고치고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 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이다.
아이가 잘못한 행동들에 대해서 화를 내는 훈육 말고, 알려주는 훈육을 하자.
그동안 졸려서 쏟아낸 감정들을 엄마 마음대로 고치려고 한 것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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