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치를 보는 걸까, 타고난 성향이 그런 걸까?]
얼마 전 아이들을 데리고 한의원에 갔다.
첫째 아이가 비염이 있고, 둘째 아이는 아직 36개월이 안되어서 비염 진단을 내려주지는 않지만 역시 비염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다니던 이비인후과가 있는데, 집이 워낙 시골이다 보니 병원 가는데만 편도로 차로 40분을 달려가야 한다.
그나마 약이 잘 맞는다고 느끼면 그 40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텐데 비염이 있을 때마다 먹이라고 처방받은 약이
내가 느끼기엔 드라마틱한 효과가 없어서 그 병원에서 비염 치료를 받는 것이 항상 고민이었다.
그러다가 생약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일반 약국에서 생약을 추천받아서 사는 것보다 한의원에 한번 가서 진료를 받아볼까 해서 동네 한의원에 가보게 되었다. (사실 그 한의원에 첫째 아이 어린이집 친구의 엄마가 간호사로 계신다)
가서 상담을 받는데 아이들이라 엄마인 내가 설명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겨워하기 시작했고, 원장선생님께서 사탕 바구니를 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사탕을 먹으라고 하셨다.
그때 첫째 아이는 사탕 1개를 집었고, 둘째 아이는 한 주먹을 집는 것이다.
그리고 상담을 다 받고 나왔을 때 간호사선생님이 하는 말이 "막대사탕을 줬는데 둘째 아이는 그 자리에서 사탕 껍질을 까달라고 했고, 첫째 아이는 엄마한테 물어보고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했다.
정말 같은 뱃속에서 나온 아이지만 성향이 정 반대였다.
선생님의 진맥과 상담의 결과도 두 아이는 정반대였다.
선생님이 진맥을 짚어보시고 혓바닥을 한번 보셨는데, "어머니가 보시기에도 둘이 다르죠?" 하시는 거다.
그랬다. 첫째 아이는 그냥 보통의 혓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둘째 아이의 혓바닥을 보니 진짜 빨간색이었다.
선생님의 진맥도 그랬단다. 첫째 아이는 약간 피로함이 느껴졌고, 둘째 아이는 딱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팔딱팔딱 힘이 넘친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성향과 상담 결과가 비슷했다.
첫째 아이는 규칙대로 생활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갔다가 들어오면 바로 손을 씻어야 하는데 보통 아이들이라면 조금 피곤하고 귀찮으면
안 씻는다고 할 만도 한데 첫째 아이는 울면서 "손 씻어야 하는데~" 하면서 마음 불편해한다.
그리고 한번 빠지면 열심히 놀고 즐긴다. 대신 에너지가 금방 닳는다. 그리고 다시 에너지를 채우기까지 시간이 좀 더디다.
자기 전에 책을 두 권 읽고 싶다고 해서 읽고 자자고 하면 사실 한 권 더 읽고 싶었다며 울먹인다.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더 읽자고 떼쓸 텐데 첫째 아이는 그러는 법이 없다.
좋아하는 음식은 딱히 없지만 주는 밥은 꼭 다 먹는다.
엄마가 주는 것이니, 그리고 그래왔으니 다 먹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반면 둘째 아이는 자기감정에 솔직하다.
화가 나면 소리 지르고, 속상하면 바로 울고, 그러다가도 금방 그치고 웃으며 논다.
좋아하는 음식은 많이 먹고, 싫어하는 음식은 안 먹는다고 투정 부린다.
씻는 게 싫으면 싫다고 도망가고, 탕 목욕을 하고 싶으면 해 줄 때까지 운다.
땀도 많고 열도 많다.
원장선생님은 한약을 지어주시며 말씀하셨다.
"어머니, 첫째 아이는 좀 풀어주세요. 간식도 먹고 싶다고 하면 양껏 주시고, 감기, 코로나 무섭다고 어린이집 안 보내시고 그러지 마세요.
아이들이 면역력이 생기려면 어느 정도의 노출도 필요해요. 이 한약은 뭐 음식 가리지 않아도 되니 아이가 먹고 싶다는 거 다 주면서 먹이세요"
그리고 덧붙이시는 말씀이 "어머니와 이야기해 보니 어머니 성향을 아이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성향의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자라니 아이는 본인의 성향이 더 두터워지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자기와 똑같은 성향의 엄마가 자기보다 더 하게 대하니 아이도 점점 더 내 성격, 그리고 자기의 성향이 더 강하게 나오는 것 같다.
[나는 아이에게 "안돼"라는 제약을 많이 두는 엄마다]
그렇게 주말이 되었고 우리 가족은 주변 관광지로 나들이를 갔다.
요즘 한글용사 아이야 를 보며 영웅 리액션에 심취해 있는 첫째 아이가 돌만 보이면 올라가서 "이얍!" 하고 뛰어내리기를 반복했다.
원래의 나라면 "위험하니까 올라가지 마"라고 할 텐데, 한의원 다녀온 후에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라서 조금 자제하려고 했다.
'그래, 너무 높은 돌도 아니고 목숨에 지장이 있는 것만 아니면 조금 다쳐도 뭐 어쩔 수 없지'라고 계속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정말 별거 아니었다. 자기 키만큼 높은 돌담에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무릎 아래도 안 오는 돌 위에서
신나는 얼굴로 뛰어다니는 아이를 보니 내가 너무 유난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 날 비가 조금 왔었어서 물 웅덩이가 있는 곳을 지나갔을 때였다.
굳이 그 아래로 내려가 물웅덩이를 "이얍!" 하면서 피해 가고 싶어 했다.
"엄마, 내려가봐도 돼? 물에 안 빠지게 조심할게"라고 먼저 물어보는 아이한테 내심 미안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젖어도 되니깐 하고싶은대로 해도 돼!"라고 말해주니 아이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때도 '만약에 젖으면 어떡하지? 여분옷도 없는데 식당에 못 가고 그냥 집으로 가야 하나? 흙탕물인데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대한 아이가 지금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면서 그 생각을 지우려고 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동안 내가 너무 아이에게 많은 제약을 둔 것 같았다.
나랑 신랑은 딱 하나, "식사 시간에 식탁에 앉아서 밥 먹기" 이것 말고는 아이에게 규칙을 만들어 지키라고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많은 것들을 "안돼"라고 말하며 아이를 통제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안돼"라는 말은 엄마가 편하자고 아이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이제 알았다.
그동안 내가 "더러워진 옷을 처리하기 싫어서, 다치면 그 후에 펼쳐질 속상함과 귀찮음, 간식을 먹으면 밥을 안 먹을 거라는 기우"
이런 것들 때문에 아이에게 제약을 뒀다고 생각하니 아이에게 너무 많이 미안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 이제부터라도 노력해 봐야겠다.
"안돼" 보다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도록 해"라고 하는 엄마.
그런 엄마가 될 것이다.
우리 집 가훈처럼.
"Free to be WHATEVE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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