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월 둘째는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다.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닐 계획이라
둘이서만 보낼 수 있는 남은 두 달이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다.
아침에 첫째를 등원시키고 차에 타면 둘째가 물어본다.
"엄마, 우리 오늘은 어디에 가?"
보통은 집으로 바로 가는데 종종 하나로마트에 들러서 저녁 반찬거리를 사서 간다.
그게 둘째한테는 특별한 재미였나보다.
"엄마랑 리틀 비틀 갈까?"
리틀 비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키즈카페인데, 멀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시내 초입인데 우리 집이 워낙 시골이라 멀게 느껴진다)
갈 때마다 신나게 놀기 위해 정액권을 끊어 놓은 곳이다.
최근에 한번 두 아이 모두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올해 6살이 된 첫째는 이제 그곳이 시시한가 보다.
"엄마, 나는 리틀 비틀보다 바운스(슈퍼 파크)가 더 좋아~~"
그래서 아직 키즈카페라면 신나 하는 둘째만 데리고 가기로 급하게 결정했다.
집으로 돌아와 민박집 손님이 체크아웃하기를 기다렸다가 확인하고 외출하려고 했다.
집에 도착해서 손을 씻어야 하는데 둘째가 점퍼도 벗지 않고 있길래
"점퍼 벗고 손 씻자~~"
"리틀 비틀 간다며! 내가 가서 콩콩이 옷도 입혀주고 밥도 줄 거야~"
얼른 가고 싶나보다. 하하
그래서 오늘은 과감히 민박집 청소를 포기하고(마침 오늘은 체크인 손님이 없었다) 바로 가기로 했다.
아, 그런데 둘째 점심은?
키즈카페가 1시에 오픈하기 때문에 11시쯤 나가서 1시간 반쯤 재우면서 차로 돌아다니고
12시 반에 일어나 30분 동안 밥을 먹고 들어가면 딱 좋은데!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못 정한 상태였다.
외식하기에는 마땅한 메뉴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급하게 냉장고를 뒤져 도시락을 싸기로 했다.
어제저녁에 신랑 친구분을 초대해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남은 게살을 이용해
게살 덮밥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사진을 왜 이렇게 못 찍을까.
양배추를 깨끗이 씻고, 달걀을 미리 깨놨다.
나는 달걀을 항상 미리 접시에 깨놓고 알끈을 제거하고 쓴다.
어디에선가 알끈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고 해서 그 후부터는 꼭 제거해서 쓴다.
게살은 끓는 물에 한 번 데쳐준다.
나는 두부도, 가끔 아이들에게 주는 뽀로로 소시지도, 웬만한 가공식품들은 꼭 끓는 물에 데친다.
끓는 물에 데치는 것만으로도 첨가물이 많이 없어진다고 한다.
재료들을 잘게 다져준다. 게살은 가위로 잘라주었다.
프라이팬을 예열 후, 재료들을 넣고 볶아준다.
(이건 여담인데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을 근래에 처음 써봤는데.. 진짜 너무 좋다.)
게살도 이미 한번 데쳤고 양배추도 생으로 먹어도 되는 것이니 오래 볶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볶아지면 물을 150밀리 정도 넣어준다.
그리고 계란을 풀어 섞는다.
간은 간장만 조금 넣었다.
그래도 게살의 향이 많이 나서 아주 맛이 좋다.
이렇게 밥과 덮밥 소스를 따로 담았다.
이렇게 준비를 마치고 키즈카페로 출발했다.
계획대로 11시쯤 출발하여 1시간 반 정도 재우면서 키즈카페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차에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차에서 먹는 밥이 나는 제일 편하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외출할 때 가끔 차에서 포장해 온 음식들을 아이들과 같이 먹었는데
너무 편했다.
아이들도 평소에 넘어오지 못하는 앞좌석으로 넘어와 핸들을 만져보며 즐거워하고
시끄럽게 이야기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 너무 좋은 것이다.
따뜻한 날에는 바닷가에 주차하고 트렁크를 열고 그곳에서도 자주 먹었다.
편하고 배부르게 식사를 끝내고 키즈카페로 올라갔다.
신난 둘째는 콩콩이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그렇게 2시간 정도 키즈카페에서 논 뒤에 첫째를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저녁 식사로는 무얼 먹을까 계속 생각해보다가 밑반찬을 몇 개 만들어 둔 것도 있고,
만들려고 사다 놓은 재료도 있어서 오늘은 메인메뉴 없이 밑반찬들로만 저녁을 먹기로 했다.
톳 두부무침을 하기 위해 사다 놓은 재료가 있어서 먼저 만들었다.
난이도 하! 금방 만들고 엄청 맛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이다.
먼저 두부 한 모를 데쳐서 물기를 꽉 짠 뒤에 볼에 담아준다.
두부 데친 물로 한번 헹군 톳도 같이 데쳤다.
데친 톳은 깨끗하게 헹궈서 물기를 꽉 짠 뒤 두부를 담은 볼에 같이 넣어준다.
간장과 우리 시어머님의 들기름을 1:1의 비율로 섞어준다.
두부 한 모와 톳 150그램 정도 했을 때 간장 2숟가락, 들기름 2숟가락 했더니 딱 좋았다.
톳은 가위로 먹기 좋게 자른 뒤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해준다.
양념은 저렇게 만든 뒤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간장 따로, 들기름 따로 넣으면 맛이 잘 안 섞이는 것 같다.
마무리로 깨를 솔솔 뿌려주면 완성이다.
톳은 3~5월이 제철이라고 하는데 제주에서는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톳 돌솥 밥도 아주 좋아한다.
꼭 다들 톳 두부무침은 한 번쯤 해 먹었으면 좋겠다.
톳의 꼬들꼬들한 식감도 너무 좋다.
톳을 안 좋아한다면 브로콜리를 데쳐서 잘게 잘라서 무쳐 먹어도 아주 맛있다.
두 번째 반찬은 게살 달걀찜.
알끈을 제거한 계란 4알과 끓는 물에 데친 게살을 볼에 담아준다.
거품기로 잘 섞어주다가 뜨거운 물 100밀리를 조금씩 부으면서 잘 저어준다.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5분 돌리면 완성!
간은 따로 하지 않았다.
그래도 게살과 파의 향과 맛이 아주 좋다.
만들어두었던 장조림과 어묵볶음까지!
오늘은 밑반찬만으로도 한 끼 잘 해결한 날이다!
나와 신랑도 같은 반찬+돼지고기 두부찌개로 맛있게 식사했다.
나는 항상 저녁 메뉴에는 메인 반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밑반찬만으로 차린 날에 밥을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역시 손 좀 많이 가고 번거로워도 기본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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